DUCTWORK & LAYOUT
집진 배관의 규격과 경로
이제 남은 것은 실제로 공기가 지나갈 길을 만드는 일.
바로 집진 배관이다.
집진기를 어디에 놓고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정작 그 집진기와 각각의 목공 장비를 연결할 배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일단 기본적인 원리부터 공부하기로 했다.

집진기의 흡입력이 아무리 강해도 배관이 길어지고, 좁아지고, 급하게 방향을 바꿀수록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 가능하면 짧게.
- 가능하면 직선으로.
-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 최대한 완만하게.
- 그리고 구부러지고 표면도 울퉁불퉁한 플렉서블 호스(Flexible Hose)는 꼭 필요한 마지막 구간에만 짧게 사용하기.
뭔가 대단한 원리를 알아낸 건 아니지만, 이후 배관을 구성할 때의 기준은 대부분 여기에서 시작했다.


여러 장비를 하나의 집진기에 연결하려면 당연히 중간중간 배관을 나눠야 한다.
배관을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그냥 Y자 모양으로 잘 나눠 연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정도로 간단히 생각을 했었다.
당연히 T 형태의 커넥터 보다는 Y 형태가 공기의 흐름에 방해가 덜 되지 않을까.. 정도는 생각을 했던 거다.
그런데 집진 배관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공기 흐름에 방향성이 있는 집진 시스템 등에서는 양쪽으로 똑같이 갈라지는 ‘Y’형태보다, 메인 배관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한쪽 가지가 비스듬하게 합류하는 소문자 ‘y’에 가까운 형태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집진 배관 안의 공기와 톱밥은 집진기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데, 분기점에서 진행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 그만큼 난류와 저항이 커진다. 반면 가지 배관이 본관과 완만한 각도로 만나는 구조는 공기의 진행 방향을 크게 틀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에 합류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목공 집진 배관에서는 직각으로 연결되는 Tee나 대칭적인 Y 형태보다는, 가지 배관이 45도 정도의 완만한 각도로 합류하는 ‘Wye’ 형태를 많이 사용한다.
이 내용을 공부하고 나서 실제 구입을 위해 y형태의 집진 배관 커넥터 들을 찾는데, 대부분 내가 찾는 y형태를 ‘Wye’ fitting 으로 구분해 표시하고 있더라? 그래서 나는 처음에 대문자 Y와 소문자 y 형태를 구분하기 위해 후자를 Wye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딱히 그런 건 아닌 걸로.

여러 종류의 배관 피팅 부품을 구입하려 찾다 보니 부품 이름들도 하나씩 익숙해졌다.
방향을 꺾는 것은 엘보(Elbow), 직각으로 분기하는 것은 티(Tee), 완만한 각도로 분기하는 것은 와이(Wye), 서로 다른 지름의 배관을 연결하는 것은 리듀서(Reducer).
몰라도 배관을 연결하는 데 큰 지장은 없겠지만, 적어도 뭘 검색해야 하는지는 알게 됐다.
그리고 실제 부품을 하나둘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배관의 규격.
아.. 정말 쉬운게 하나도 없구나.
아뜰리에를 지으면서 지하의 집진기실에서 1층까지 미리 매립해놓은 배관은 국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100A VG2 PVC 파이프.
그리고 목공 장비용 집진 시스템은 북미 제품들이 워낙 많다 보니 대부분 4인치 규격을 사용한다.
100mm 그리고 4inch.
4inch를 mm로 환산하면 101.6mm.
뭐 이 정도면 대충 같은 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 배관 파이프 정도는 그냥 세계 표준 규격 같은 거 쓰면 안되냐??)
건물에 설치된 100A VG2 파이프의 외경(OD)은 약 114mm.
반면 내가 구입한 POWERTEC의 4″ 집진 파이프는 실제로 재보면 외경이 약 100mm 정도다.
무려 14mm 가까이 차이가 난다.
또 이 북미 놈들의 야드-파운드법 때문인가!! 하면서 분노를 하려는데, 막상 그것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파이프에는 호칭경(Nominal Size)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제품 이름에 붙어 있는 숫자가 실제 외경이나 내경을 그대로 의미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
게다가 집진용 호스와 파이프, 배관용 PVC는 제품에 따라 내경(Inner Diameter)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외경(Outer Diameter)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결론은 하나.
파이프는 이름을 믿으면 안 된다.
연결할 제품의 실제 내경과 외경을 하나하나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이미 건물 안에 매립된 100A 배관을 다시 뜯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앞으로 사용할 북미 집진 액세서리를 모두 국내 배관 규격에 맞춰 사용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굳이 하나로 통일하지 않기로 했다.
건물에 포함되는 구간은 국내 100A 규격.
실제 목공 장비들이 연결되는 작업실의 집진 시스템은 북미 4″ 규격.
그리고 그 경계에 100A와 4″를 연결하는 리듀서(Reducer)를 끼워 연결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게 가장 단순하다.
지하에서 올라온 100A VG2 배관은 메인 인테이크를 지나 목공장비가 위치한 두 개의 방향으로 나뉘는 지점까지 사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4″ 집진 시스템으로 통일해서 구성하면 된다.
그러면 나중에 장비나 액세서리를 추가할 때도 북미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4″ 제품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겠다.


작업실 쪽의 메인 배관으로 선택한 것은 POWERTEC의 4″ Clear PVC Pipe.
36inch 길이의 단단한 투명 PVC 파이프다.
배관을 투명하게 만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집진 배관의 막힘을 눈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목공을 하면 일정한 크기로 잘게 갈린 톱밥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집진 배관 안에서는 톱밥뿐 아니라 생각보다 커다란 나무 조각이나 자잘한 물건들이 함께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어딘가 막혔을 때 불투명한 배관이라면 구간을 하나씩 분리해가며 찾아야겠지만 투명하다면 적어도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는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는 집진이 실제로 잘 되고 있는지까지도 눈으로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보이는 것도 예뻐서 마음에 든다.
투명한 파이프 안으로 톱밥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도 재미있을 것 같고, 벽에 반듯하게 정렬된 배관도 결국 인테리어 요소의 일부이기도 하니까.
어차피 배관을 숨길 수 없다면 차라리 제대로 보여주는 쪽으로.

집진 효율을 위해 메인 배관은 가능한 한 단단한 파이프(Rigid Pipe)로 구성하고 플렉서블 호스는 각 장비와 연결되는 마지막 구간에만 사용하기로 했다.


단단한 파이프는 내부가 매끄럽고 형태가 일정하지만, 주름진 플렉서블 호스는 공기의 흐름에 더 많은 저항을 만든다.
그렇다고 전부 단단한 파이프로 연결할 수도 없다.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조금 움직여야 할 수도 있고, 장비마다 집진 포트의 위치와 방향도 다르기 때문에 일정 영역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필요가 있겠다.
또한 집진 자체의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잠깐 빨려 들어간 큰 조각이 집진구를 막고 있다든지 할 때, 고정된 배관은 뭔가 길쭉한 도구를 이용해서 밀어내거나 뚫어내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플렉서블 호스는 들어서 탈탈 털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다.
그래서 메인 인테이크에서 목공 장비들로 각각 이어지는 모든 분기까지는 POWERTEC의 Clear PVC Pipe.
블라스트 게이트 이후 장비까지의 짧은 구간은 Rockler의 4″ Dust Right Anti-Static Flexible Hose를 사용하기로 했다.
Rigid와 Flexible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눈 셈이다.

배관의 위치는 이미 장비 배치를 설계하면서 대부분 결정되어 있었다.
메인 인테이크에서 올라온 배관을 좌우로 나누고, 벽을 따라 각각의 장비 위치까지 보내는 구조.
벽에 설치하는 배관인 만큼 기능만큼이나 정렬도 중요했다.
레이저 레벨로 기준선을 잡고 최대한 수직과 수평을 맞춰 설치하기로 했다.
각 장비 앞에서는 Wye나 Elbow로 방향을 잡고 iVAC의 자동 블라스트 게이트를 지나 짧은 플렉서블 호스로 장비와 연결한다.
목공 먼지의 기준에서 집진의 흐름을 간단히 정리하면,
Woodworking Machine
↓
Rockler 4″ Anti-Static Flexible Hose
↓
iVAC Motorized Blast Gate
↓
POWERTEC 4″ Wye / Elbow
↓
POWERTEC 4″ Clear Rigid Pipe
↓
100A → 4″ Reducer
↓
100A VG2 PVC Pipe
↓
B1F Dust Collector
대략 이런 구조.
글로 적어놓으니 몇 줄 되지도 않는데 이걸 결정하기 위해 도대체 몇 개의 제품 페이지와 배관 자료를 찾아봤는지 모르겠다.

물론 모든 장비가 배관 끝에 호스 하나 꽂으면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밴드쏘나 수압대패, 자동대패처럼 집진 포트가 명확하게 마련된 장비는 비교적 간단하다.
(사실 내가 구입한 밴드쏘는 집진 토출구가 두 개 달려있어서 두 개를 묶어주는 작업이 숙제로 남아있긴 하지만)
조금 애매했던 것은 목선반(Wood Lathe).
일단 목선반은 아직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목선반의 사용법이나 동작에 대해 잘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
관심이 있어 구입은 해봤는데, 관심이 있는 만큼 유튜브에서 굉장히 많은 영상을 찾아봤지만 목선반은 가공하는 부재 자체가 회전하고 절삭 위치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다른 목공 장비처럼 집진구가 고정될 수가 없는 구조다.
그래서 이쪽에는 Rockler의 Dust Right Lathe Dust Collection System을 사용하기로 했다.
집진 후드의 위치를 작업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구조라 목선반 뒤쪽에서 최대한 가까이 붙여 사용되는 방식이다.

작업대에서 사용하는 장비 역시 필요에 따라 호스 위치를 움직일 수 있도록 Dust Right Cord and Hose Holder 같은 액세서리를 함께 준비했다. 아무래도 배관 전체를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하는 것보다 마지막 몇십 센티미터는 각 장비의 사용 방식에 맞추는 편이 훨씬 현실적일 테니까.
결국 장비 연결용 배관을 위해 준비한 부품들은 이 정도.
POWERTEC 4″ Clear PVC Pipe 36″ × 10
POWERTEC 4″ Wye × 3
POWERTEC 4″ Elbow × 3
Rockler Dust Right 4″ Anti-Static Flexible Hose × 5
Rockler Dust Right Lathe Dust Collection System
Rockler Dust Right Cord and Hose Holder
Rockler Dust Right Mountable Dust Coupler x 2
Rockler Dust Right Flared Quick Coupler, 4” Port to 2-1/2” Hose
Rockler Dust Right Flared Quick Coupler, 4” Port to 4” Hose x 2
Rockler Dust Right 4” Rubber Union for Dust Collection x 3
Rockler Dust Right Schedule 40 PVC Adapter, 4” PVC to 4” Hose x 3
Rockler Dust Right 2-1/2” FlexForm™ Hose Kit
Rockler 4” Keyed Bridge Hose Clamps, Pack of 5 x 5
그리고 건물 쪽 배관에 사용한,
100A VG2 PVC Pipe
100A Wye × 2
100A Cleaning Cap
혹시나 메인 인테이크에서 집진기 쪽으로 연결되는 건축쪽 배관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해결하기가 굉장히 곤란하기 때문에, 가까운 쪽에서 액세스가 가능한 청소용 소제구(Clean Out)를 별도로 만들어 두었다.
마지막으로 두 규격을 연결하기 위한,
100A VG2 → 4″ Dust Collection Pipe Reducer × 2
처음에는 배관 몇 개와 호스만 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모아놓으니 제법 많다.

이렇게 해서 집진 시스템을 위한 대략적인 준비는 거의 끝났다.
집진기를 작업 공간 밖으로 보내고,
iVAC을 이용해 장비와 블라스트 게이트, 집진기가 서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라즈베리파이로 보이지 않는 집진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장비까지 공기가 지나갈 배관을 구성했다.
각 장비마다 별도의 차단기에서 직접 연결된 방진형 콘센트를 하부에 설치하고, 상부에는 잠깐 사용할 전기 장치를 끼우기 위한 커버형 융(JUNG) 콘센트를 위치시켜 흩날리는 목공 먼지에 대비하도록 했다.
물론 아직 완성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Laguna C|Flux:3와 iVAC MSC 사이의 실제 제어회로를 확인해야 하고, 집진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RUN 신호도 대시보드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각 장비 위치까지는 배관을 연결해 두었지만 실제 장비 연결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

아무래도 전기적인 연결을 모두 끝내고 모든 장비를 제 위치에 고정시킨 후 실제로 동작시켜 봐야 진짜 잘 동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겠다. 아무리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고민해서 만든 시스템이라도 실제로 톱밥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분명히 생길 거다.
어느 장비에서 집진이 부족한지,
어느 구간에 톱밥이 뭉치는지,
게이트와 자동화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지,
대시보드의 디스플레이는 정상적으로 표시가 되는지.
그건 이제 책상 앞에서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단 미리 할 수 있는 준비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직접 사용하면서 하나씩 알아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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