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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FUNCTION & LAYOUT

작업 방식에 맞춘 기능과 구조

기능을 길게 나열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려운 일은 그 기능들이 같은 공간에 들어가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게 만드는 것.

상판 아래에는 캐치 트레이(Catch Tray)가 필요했고, 또 그 아래로는 가능한 한 많은 시스테이너를 넣고 싶었다. 전원을 입력하는 콘센트 위치도 가까워야 했지만 눈에 띄어서는 안 됐다.

설계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외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업 중 반복되는 행동을 적는 일이었다.

부재를 상판에 고정한다. 시스테이너에서 공구를 꺼낸다. 클램프를 잠시 내려놓는다. 전동 공구의 플러그를 연결한다. 삼각자나 버니어 캘리퍼스, 케가끼 게이지 같은 측정 도구를 서랍에서 넣고 뺀다. 조립 중인 부품을 작업대 아래로 밀어 넣고, 조명을 작업대 위에 고정한다. 측면에는 클램프를 장착하고, 벤치독이나 레버 클램프를 상판의 MFT 홀에 끼운다. 등등.

이런 행동들이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설계의 기준이었다.

상판은 넓은 MFT 타공면으로 계획했다. 단지 Festool 액세서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동일한 홀 패턴은 클램핑과 가이드뿐 아니라 차후 직접 제작할 액세서리까지 받아들이는 공통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었다.

MFT홀이 타공된 상판 아래쪽으로 캐치트레이를 만들고 손이나 다른 도구가 상판의 아래쪽에서도 액세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상판 바로 아래에는 Catch Tray(캐치 트레이)를 두었다. 가장 큰 목적은 클램프를 비롯해 MFT 홀을 활용하는 액세서리를 장착할 때 상판 아래쪽에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두는 것.

전기를 사용하는 액세서리를 만들더라도 전선이 상판 위로 돌아다니지 않게 할 수 있고, 현재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TrackTubes의 The Original VACUDOG™ 같은 제품을 사용한다면 아래쪽에서 진공 라인을 연결해 상판 위의 부재를 고정할 수도 있겠다.

부수적으로 기다란 부재나 공구를 정리하기 전 잠시 밀어 넣어두는 공간도 된다. 전원 콘센트가 있는 한쪽을 제외한 세 방향이 모두 열려 있어 접근하기 쉽고, 입구에 턱을 만들지 않아 손쉽게 밀어 넣을 수 있다. 보관한 것들이 상판에 가려져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꽤 쓸모가 큰 수납 공간이다. 단순한 선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업의 끊김을 줄이는 데 가장 자주 쓰일 기능이라고 판단했다.

비대칭의 시스테이너 수납 트레이. 상판의 깊이는 확보하고 가로 폭은 줄여 내 작업 패턴에 맞췄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시스테이너를 위한 수납 공간이 자리한다.

시스테이너 수납은 The Garage Journal의 워크벤치를 참고해 양쪽을 똑같이 만들지 않았다. 한 면은 시스테이너를 앞뒤 두 줄로 수납하는 긴 트레이를 두고, 다른 한 면은 한 줄 깊이로 접근성이 좋은 수납을 구성했다. 겉에서 보면 대칭에 가까운 작업대지만 내부는 사용 방식에 따라 비대칭이다.

시스테이너 자체가 컴팩트한 수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양쪽에 하나씩만 넣으면 그에 맞춰 상판 폭도 상당히 좁아진다. The Garage Journal도 수납량과 작업면의 폭을 함께 확보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나는 해석했다. 상판의 크기를 차치하더라도 모든 면을 똑같이 채우기보다 어느 방향에서 공구를 더 자주 꺼내는지에 따라 깊이와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는 점은 실사용에서 꽤 유용할 수 있겠다.

수납 수량과 높이는 보유한 시스테이너 규격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 A면: SYS3 M 89 × 6, SYS3 M 187 × 6, SYS3 M 237 × 6
  • B면: SYS3 M 187 × 3, SYS3 M 337 × 3

A면은 앞뒤 두 개씩 올라가는 트레이 9개, B면은 한 개씩 올라가는 트레이 6개로 구성된다. 따라서 시스테이너 수납용 트레이는 모두 15개이고, 계획상 수납 가능한 시스테이너는 총 24개다. 여기에 측면의 일반 서랍 5개를 더하면 워크벤치 한 대에 들어가는 서랍은 모두 20개가 된다.

89 높이의 정리함 여섯 개는 자잘한 부품을 컨테이너별로 나눠두고 쉽게 찾아 쓰기 위한 자리다.
337 높이의 서랍형 소르테이너는 작업대 전면에서 바로 열어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캐치트레이 측면에서 손쉽게 접근 가능한 커버형 전원 콘센트
융(JUNG) 사의 방우커버형 콘센트를 양쪽에 두 개씩 설치한 모습

현대적인 워크벤치인 만큼 전동 공구를 연결해 사용하는 빈도도 높을 테니 전원 콘센트 역시 상판 가까이에 두되, 그냥 봐서는 가능한 한 보이지 않도록 했다. 상판 아래 서랍 쪽 벽면 양쪽에 2구씩, 모두 네 개의 콘센트를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배치했다. 목공 작업에서 피할 수 없는 비산 먼지와 톱밥에 대응하기 위해 커버가 있는 제품을 사용했고, 케이블도 구조 안쪽에서 정리했다. 손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면서 시각적으로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이다.

Foot Master의 고하중 레벨링 캐스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알루미늄 프로파일과 두꺼운 합판이 적용된 묵직한 워크벤치라 여기저기 옮겨가며 사용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뜰리에 안에서 완전히 고정되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동을 위한 캐스터를 염두에 두었다.

동시에 상판 위에서 망치질이나 끌질, 톱질을 할 때는 단단히 고정되어야 했기 때문에 높낮이 조절과 완전 고정이 가능한 고하중 레벨링 캐스터를 네 모서리에 설치했다. 최종적으로는 캐스터 사이에 레벨링 풋을 하나씩 더해 혹시 모를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벤딩도 지지하도록 했다.

현재 설계 마무리 중인 Festool CSC SYS 50 테이블 쏘 전용 테이블

설계의 마지막 기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다음 작업대였다.

현재 고민하고 있는 모듈은 Festool CSC SYS 50 테이블쏘를 위한 Saw Bench와 별도의 Router Table. 외형적으로 같은 컨셉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테이블쏘의 정반과 지금 만드는 MFT 워크벤치의 상판 높이를 정확히 맞춰 확장 정반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이다.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튼튼하게 고정되는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급하게 함께 제작하기보다는 다음 순서로 잠시 미뤄두었다.

벤치탑 목공 장비를 올려두기 위한 소형 워크벤치들. MFT 워크벤치와 같은 컬러코드로 제작되었다.

JET의 소형 샌더와 벤치탑 드릴 프레스, Laguna 목선반을 위한 소형 워크벤치는 이번에 함께 제작해 아뜰리에에 설치했다. 역시 기본적으로는 같은 컨셉으로 만든 아이템들이다.

결국 이 워크벤치의 형태는 스타일링보다 작업 동선에서 나왔다. 상판과 캐치 트레이, 서랍, 전원, 하부 프레임의 높이가 차례대로 정해지자 외형의 많은 부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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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선택과 블랙 마감